아스프로신이란 무엇일까? 공복에 나타나는 낯선 호르몬의 역할
식사를 거르면 몸은 음식이 들어오지 않는 시간에도 뇌와 근육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야 합니다. 이때 우리 몸은 저장된 에너지를 꺼내 사용하기 위해 여러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아스프로신은 이러한 공복 상태의 에너지 조절 과정에서 연구되고 있는 비교적 새로운 호르몬입니다.
인슐린이나 성장호르몬처럼 널리 알려진 이름은 아니지만, 아스프로신은 혈당과 식욕을 연결하는 신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많기 때문에 확인된 사실과 연구 단계의 가능성을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스프로신이란 무엇일까?
아스프로신은 공복 상태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 단백질 호르몬입니다. 2016년 국제학술지 Cell에 발표된 연구를 통해 처음 알려졌습니다.
초기 연구에서는 아스프로신이 지방조직에서 분비돼 간에 신호를 보내고, 간에 저장된 포도당이 혈액으로 방출되도록 돕는 것으로 설명됐습니다. 음식이 들어오지 않는 시간에도 일정한 혈당을 유지하는 데 관여할 가능성이 제시된 것입니다.
이후 연구에서는 아스프로신이 뇌의 식욕 조절 영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이를 통해 아스프로신은 혈당뿐 아니라 공복감과 음식 섭취 행동을 연결하는 신호물질로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아스프로신은 어떻게 발견되었을까?
아스프로신은 새로운 호르몬을 찾기 위한 일반적인 실험에서 발견된 것이 아닙니다. 연구진이 매우 희귀한 유전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 존재가 밝혀졌습니다.
환자들은 식욕과 체지방이 매우 적고 혈중 인슐린 수치가 낮은 특징을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이들의 유전자와 단백질 생성 과정을 분석했고, FBN1 유전자와 관련된 변화가 특정 단백질 조각의 생성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이 단백질 조각이 혈액을 따라 이동하며 다른 기관에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새로운 호르몬으로 제안됐고, 아스프로신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희귀질환 연구가 일반적인 인체의 에너지 조절 과정에 관한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스프로신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아스프로신이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 흰색을 뜻하는 ‘아스프로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 연구에서 흰색지방조직이 아스프로신의 주요 분비 조직으로 제시된 점과 관련이 있습니다.
흰색지방조직은 단순히 남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렙틴이나 아디포넥틴처럼 다른 기관에 신호를 보내는 물질도 분비합니다. 이렇게 지방조직에서 만들어져 신호 역할을 하는 물질을 아디포카인이라고 부릅니다.
아스프로신 역시 지방조직에서 유래해 대사 과정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아디포카인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아스프로신은 몸에서 어떻게 만들어질까?
아스프로신은 처음부터 독립된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프로피브릴린-1이라는 큰 단백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생성됩니다.
프로피브릴린-1은 FBN1 유전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단백질의 끝부분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피브릴린-1과 아스프로신이 만들어집니다.
피브릴린-1은 세포 주변의 구조를 지지하는 세포외기질과 관련된 큰 단백질입니다. 반면 분리된 아스프로신은 혈액을 통해 이동하며 다른 기관에 신호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큰 전구 단백질에서 구조를 담당하는 단백질과 신호를 전달하는 호르몬이 함께 만들어진다는 점이 아스프로신의 흥미로운 특징입니다.
공복일 때 아스프로신은 어떤 역할을 할까?
사람이 식사하지 않는 동안에도 뇌와 여러 장기는 포도당을 계속 사용합니다. 몸은 혈당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간에 저장된 에너지를 꺼내 혈액으로 보냅니다.
초기 연구에 따르면 공복 상태에서 분비된 아스프로신은 간세포에 신호를 전달하고 포도당 방출을 촉진하는 과정에 관여합니다. 식사 후에는 아스프로신 수치가 낮아지는 양상도 보고됐습니다.
이 과정을 단순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음식이 들어오지 않는 공복 상태가 이어집니다.
- 아스프로신 분비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 아스프로신이 혈액을 통해 간으로 이동합니다.
- 간이 포도당을 혈액으로 내보내는 과정에 관여합니다.
- 몸은 식사하지 않는 동안에도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습니다.
다만 인체의 혈당은 아스프로신 하나만으로 조절되지 않습니다. 인슐린, 글루카곤, 코르티솔과 여러 신경 신호가 함께 작용합니다.
아스프로신과 인슐린은 어떻게 다를까?
인슐린과 아스프로신은 모두 혈당과 관련되어 있지만 작용하는 방향과 상황이 다릅니다.
인슐린의 주요 역할
인슐린은 식사 후 혈당이 높아지면 췌장에서 분비됩니다.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 에너지로 사용되거나 저장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 결과 높아진 혈당이 낮아지는 방향으로 조절됩니다.
아스프로신의 주요 역할
아스프로신은 공복 상태에서 간의 포도당 방출을 촉진하는 신호로 연구됐습니다. 음식이 들어오지 않을 때 혈액으로 포도당을 공급하는 방향에 관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슐린은 주로 식사 후의 에너지 저장과 이용에 관여하고, 아스프로신은 공복 상태의 에너지 공급에 관여하는 신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혈당 조절은 여러 호르몬과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아스프로신은 식욕에도 영향을 줄까?
2017년에 발표된 후속 연구에서는 혈액 속 아스프로신이 혈액뇌장벽을 통과해 뇌의 시상하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됐습니다.
시상하부는 배고픔과 포만감, 체온과 에너지 균형 등을 조절하는 뇌 영역입니다. 연구진은 아스프로신이 시상하부의 AgRP 신경세포를 활성화하고 음식 섭취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22년 연구에서는 PTPRD라는 단백질이 뇌에서 아스프로신의 식욕 관련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용체로 제시됐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근거로 아스프로신을 단순히 ‘배고픔을 만드는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식욕은 렙틴, 그렐린, 인슐린과 신경계뿐 아니라 수면, 스트레스, 생활환경 등의 영향을 함께 받기 때문입니다.
아스프로신과 비만·당뇨병의 관계는 확인됐을까?
일부 사람 대상 연구에서는 비만, 인슐린 저항성 또는 제2형 당뇨병이 있는 집단에서 혈중 아스프로신 농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아스프로신이 대사질환의 지표나 치료 연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아스프로신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아스프로신이 그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마다 참여자의 연령과 건강 상태, 공복 시간, 측정 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아스프로신 측정 방법의 표준화와 대규모 사람 대상 연구도 더 필요합니다.
현재로서는 아스프로신을 비만이나 당뇨병의 확정적인 원인 또는 치료 수단으로 표현해서는 안 됩니다.
아스프로신 검사를 병원에서 받을 수 있을까?
아스프로신은 혈액과 침 등에서 측정할 수 있는 연구용 분석 방법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건강검진에서 혈당이나 인슐린처럼 보편적으로 측정하는 항목은 아닙니다.
아스프로신 수치만으로 비만, 당뇨병이나 인슐린 저항성을 진단하는 표준 검사도 아직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온라인에서 아스프로신 검사나 치료 효과를 주장하는 정보를 접한다면 해당 검사가 의료 현장에서 검증되고 표준화된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건강 상태는 일반적으로 인정된 검사와 의료진의 종합적인 판단을 통해 평가해야 합니다.
아스프로신을 조절하는 식품이나 영양제가 있을까?
현재 특정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해 아스프로신을 안전하고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운동, 식사와 체중 변화에 따라 아스프로신 수치가 달라지는지를 조사한 연구들이 있지만 연구 조건과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기 연구 결과만으로 특정 식단이나 영양제가 아스프로신을 낮추거나 높인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아스프로신이라는 이름을 이용해 체중 감량이나 혈당 개선 효과를 광고하더라도 사람을 대상으로 충분히 검증된 정보인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스프로신 연구가 중요한 이유
아스프로신 연구는 지방조직, 간과 뇌가 서로 어떻게 정보를 주고받는지 이해하는 데 새로운 단서를 제공합니다.
지방조직에서 시작된 신호가 간에는 포도당 방출에 관한 메시지를 보내고, 뇌에는 식욕과 관련된 신호를 전달할 가능성이 제시됐기 때문입니다. 이는 공복 상태에서 에너지 공급과 음식 섭취가 서로 연결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동시에 아스프로신은 새로운 호르몬 연구를 해석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점도 보여줍니다. 실험실과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결과가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질환과의 연관성이 곧 원인이나 치료 효과를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아스프로신에 관해 자주 묻는 질문
아스프로신은 공복 호르몬인가요?
공복 상태에서 증가하고 간의 포도당 방출에 관여하는 것으로 처음 보고됐기 때문에 공복 유도 호르몬으로 설명됩니다. 하지만 공복 반응은 여러 호르몬과 신경 신호가 함께 조절합니다.
아스프로신이 많으면 반드시 비만이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부 연구에서 체중이나 대사질환과 아스프로신 수치의 연관성이 보고됐지만, 개인의 비만 여부를 아스프로신 하나로 설명하거나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아스프로신과 그렐린은 같은 호르몬인가요?
같은 호르몬이 아닙니다. 두 호르몬 모두 공복과 식욕 연구에서 등장하지만 만들어지는 과정과 작용 방식이 다릅니다. 그렐린은 주로 위에서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스프로신은 처음에 지방조직 유래 호르몬으로 보고됐습니다.
아스프로신을 낮추면 살을 뺄 수 있나요?
아스프로신의 작용을 억제하는 방법이 동물실험에서 연구된 적은 있지만, 이를 일반적인 사람의 체중 감량 방법으로 적용할 단계는 아닙니다. 임의로 호르몬을 조절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아스프로신은 현재 치료제로 사용되나요?
현재 아스프로신 자체나 아스프로신을 억제하는 치료가 일반적인 비만·당뇨병 치료법으로 확립된 것은 아닙니다. 치료 표적으로서의 가능성을 연구하는 단계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낯선 호르몬
아스프로신은 공복 상태에서 간의 포도당 방출과 뇌의 식욕 신호에 관여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는 단백질 호르몬입니다. 희귀 유전질환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으며, 지방조직이 단순한 에너지 저장소가 아니라 다른 기관에 메시지를 보내는 내분비기관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발견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비만이나 당뇨병과의 연관성이 보고됐다는 이유만으로 진단 지표나 치료제로 확정된 것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호르몬을 이해할 때는 무엇이 확인됐고 무엇이 아직 가설과 연구 단계에 있는지를 구분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본 글은 호르몬에 관한 일반적인 과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혈당, 식욕이나 체중과 관련해 우려되는 증상이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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